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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호기롭게 채식을 하던 때 매일 싱싱한 케일 주스를 만들어먹자는 야망 하나로 케일 모종을 30개를 들여왔다.
집에는 작은 꽃화분만 있던 터라 임시방편으로 샐러드가 담겨있던 플라스틱 통 밑 바닥에 구멍을 뚫어 케일 모종을 옮겨심었다.
케일은 물이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해가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픽픽 스러지고,
시장에서 처음 사올 때 딸려온 모양인 자벌레에게 먹혀도 시들었다.
여간 손이 많이가는 케일을 그래도 살려보겠다고 매일같이 물을 주며 돌봤다.
물이 부족한것보다 차라리 습한게 나을거라는 생각으로 들이부은 물이 문제였을까.
임시로 만든 화분은 배수가 잘 안되는지 케일을 심어둔 흙은 점점 습해지더니 날벌레가 생겼다.
화분 근처에만 있는건 상관없지만 이게 방까지 날아들어와 밤에 불을끄고 노트북을 보고 있노라면
노트북 화면으로 계속 달려드는 그 날벌레들이 여간 귀찮은게 아니다.
처음에는 케일에 대한 생각보다도 내가 잠결에 혹시라도 날벌레를 먹는 불상사를 막고자 날벌레 퇴치법을 알아봤다.
화분 날벌레라 치니 바로 나오는 이 녀석의 이름은 바로 뿌리파리다.
뿌리파리의 유충이 화분의 뿌리를 먹고 살아서 해충이며, 꼭 퇴치를 해야 한다는 거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살충제를 뿌리는 건데, 아무리 선진국형 친환경 살충제라고 홍보를 해도
살충제는 살충제니 미미하게라도 건강에 해로울 것이다.
게다가 다른 관상용 화분도 아닌 먹기위해 키우는 케일에는 살충제를 뿌릴 수 없다.
계속 찾아본 결과 과산화수소로도 뿌리파리를 퇴치할 수 있단다.
물과 과산화수소를 1대1로 희석하여 화분이 잠기도록 듬뿍 물을 부어주면 유충이 죽는다는 것이다.
당장 약국에 가서 해보니 흙 표면에 뽀글뽀글 거품이 일며 뿌리파리 유충을 죽이다 못해 소독까지 시켜주는 기분이다.
문제는 유충은 잡아도 성충이 계속 날아다니며 알을 까는 이상 완전 박멸이 어렵다는거다.
몇 주 째 뿌리파리 퇴치에 전념을 다해 본 결과 아직도 완전한 퇴치는 어렵지만 그 수가 조금은 줄은 것 같아 노하우를 써 본다.
케일 말고도 물을 좋아해 항상 흙을 축축하게 물을 주었던 화분들 역시 잘 보니 뿌리파리가 날라다닌다.
그런 화분에는 에프킬라가 직방이라 하길래 거침없이 뿌려주었다.
케일은 배수가 잘 되는 화분을 사다가 다시 분갈이를 해주고 과산화수소를 희석한 물을 듬뿍 주었다.
겉 흙이 바싹 말라 건조해질 때까지 물을 주지 않는다.
거기에 유충과 성충을 동시에 잡아야 이 뿌리파리 번식과 알까기의 고리를 완전히 끊을 수 있다.
다이소에서 구입한 파리 끈끈이를 케일 화분 주변과 위에 놓았다.
하루 뒤 파리 끈끈이를 확인하니 완전 오마이 갓이다.
그저 날파리 몇마리 날아다니는줄 알았는데 수 십, 아니 수 백 마리가 날아다녔던 모양이다.
아주 그냥 시커멓게 붙어있다.
잘은 모르겠지만 뿌리파리가 서로에게 번식 때문에 서로에게 가는 습성이 있는지 꼭 한 군데에 모여서 붙어있더라.
이를 이용해서 보기는 역겹지만 끈끈이를 치우지 않았다. 서로를 보고 계속 붙으라고.
아직까지 내 방에는 뿌리파리가 날라다닌다.
설상가상으로 햇볕이 부족한건지 아니면 뿌리파리 유충을 견디지 못한건지 케일이 시들시들해지고 모종의 반 정도가 죽었다.
아마 얼마 가지 않아 케일은 포기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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