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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터족과 파이어족
    조이의 일상 2020. 6. 17. 17:56

     

     

    요즘 밀레니얼 세대며, 90년 대생들이 큰 화두다. 기성세대인 베이비 부머와 X세대를 제치고 핫한 키워드 반열에 오른 밀레니얼 세대와 90년 대생들은 불안정한 경제 기반 속에서도 자신의 소신과 기쁨은 포기할 수 없는 이들이다. 과거 경제 호황 시기의 기성세대들이 가장과 주부의 역할을 다하고 본인의 행복보다는 다음 세대의 행복까지 책임지고자 열정적으로 일해온 반면, 밀레니얼 세대들은 불안정한 경제 체제 속에서 미래까지는 생각할 수 없는, 다음 세대의 행복이 오기 전에 자신이 먼저 행복해야 하는 그러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 때문인지 결혼을 하지 않는 비혼 주의자, 아이를 갖지 않는 딩크족들을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렵지 않아 졌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결혼 안 할 거라는 선언은 부모 세대들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였지만, 이제는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결혼 소식이 들려오면 결혼 왜 하냐는 질문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이러한 무슨 무슨 족 들이 속속들이 생겨나는 사회현상은 무엇보다도 경제적 상황을 잘 대변하기도 한다. 현대의 새로운 가정 형태나 경제 활동의 형태는 전부 경기불황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경제활동과 관련한 새로운 족속들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프리터족과 파이어족이다.

    프리터족은 free+arbeit의 합성어로, 자유로운 아르바이트 정도로 해석하면 맞을 듯하다. 버블경제 이후 일본에서 시작된 사회현상인데, 안정적인 고용시장을 확보할 수 없게 되면서 취업난에 시달리는 일본의 젊은이들이 고정적이고 전문적인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 생활을 전전하며 생긴 말이다. 흔히 우리나라의 취준생 정도 되는 개념이었으나 오히려 최저시급이 보장되고 복잡한 업무에 휩싸일 걱정이 없어 아르바이트 생활에 눌러앉아버린 경우다. 이들이 점점 나이가 들어 중년이 되어도 아르바이트 생활을 전전하여도 딱히 불만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프리터족의 삶을 생생하게 들여다보고 싶다면 오하라 헨리의 <나는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기로 했다>를 추천한다. 일본의 프리터족의 삶을 실천하고 있는 이가 들려주는 삶의 방식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로우면서도 솔깃하다. 일주일에 다섯 번을 출근하는 전문직 대신 이틀만 일하면서 연수입은 900만 엔뿐이지만 여가시간은 본인이 좋아하는 독서와 요리를 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오히려 일을 하는 시간이 여가시간이라 할 수 있겠다. 연봉이 몇 배가 되는 사람들처럼 여유로운 생활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부족한 삶을 사는 것도 아니다. 원한다면 여행도 자유롭게 다니고 틈틈이 저금도 가능하다. 다만 이런 삶의 기초는 미니멀리즘과 비혼 주의 그리고 아이를 원하지 않는 삶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삶은 바로 파이어 족이다 미국에서 파생된 단어로 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를 뜻하는 말이다. 쉽게 말하면 젊은 나이의 은퇴인데 여기서 핵심은 경제적 자유로움을 가져야만 한다. 기존 기성세대들의 근무 형태는 일주일에 다섯 번 출근(아니, 과거는 여섯 번도 출근하였다.)을 하고, 정년이 다 되어서까지 일을 한 후 은퇴를 하여 정년 퇴직금을 받으며 여유로운 노후의 삶을 즐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파이어족은 일분일초가 아깝다. 왜 여유로운 삶을 노후가 다 되어서 즐 여야 하느냐는 거다. 나는 지금 당장 여유로운 삶을 즐겨야 하는데, 주택을 구입하고, 모기지 대출을 갚고 빚에 허덕이며 비생산적인 삶을 살다가 정년퇴직을 하느냐는 것이다. 그들은 프리터족과는 상반되게 일주일에 시간이 허락하는 대고, 상황이 되는대로 일을 한다. 투잡, 쓰리 잡은 기본이며, 아르바이트에 개인 사업도 병행하기도 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그 순간의 기쁨이 아닌 곧 있을 가까운 미래의 안전성과 행복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인생 한 번만 사는 YOLO족과는 굉장히 상반되는 입장이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욜로족과, 파이어족이 그 결을 같이한다고 한다. 파이어족이 추구하는 것은 인생 한 번 사는 것, 쓸데없는 일에 허덕이지 말고 효율적으로 저축을 해 두어 가까운 미래에 그 보상을 받고자 하는 것이다. 파이어족의 기본 개념은 빚 없이, 10억 정도를 저금해 놓아야 그 시드머니에서 다른 경제활동 없이 생활이 가능한 고정적인 수입이 발생한다는 계산에서 시작된다. 때문에 파이어족의 목표는 현금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그 어떤 대출도, 그 어떤 쓸데없는 소비도 하지 않는다. 그들의 시작은 바로 근검절약인 짠 테크에서 시작한다. 프리터족과 마찬가지로 파이어족 역시 미니멀리즘을 시작한다. 이쯤 되면 미니멀리즘이 대세가 아니겠는가. 

    다소 극단적인 선택지로 보이는 프리터족과 파이어족의 개념과 그 배경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 가만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꽤나 타당해 보이는 사회 현상들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던 기존의 관념들에 굴복하기 싫어 한 번쯤은 생각해 볼 만한 선택지인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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